진도경찰서, 시각협회 보조금 횡령 봐주기 수사?
진도군청에서는 환수 통보, 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지회는 반발
▲부정 운영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진도군시각장애인지원센터
2021년 10월 본지 보도와 2022년 진도군청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 보조금 횡령 사건’에 대해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진도군지회=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진도군지회)
전라남도와 진도군은 문화탐방 등 여행 기회가 적은 장애인과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문화 향유 기회 제공과 사회 참여 활성화를 위해 ‘공감과 치유 탐방’ 사업으로 2017년부터 해마다 700~8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진도군지회의 이 사업 집행 과정에 상당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고, 본지 취재 결과 사실로 판단되어 보도하게 되었다.
진도군지회에서 관내 J관광을 끼고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조 사업비 가운데 얼마를 ‘되돌려’ 줄지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 뚜렷했고, 실제 J관광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당시 진도군지회에 100~150만원 가량을 ‘되돌려’ 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진도군지회는 J관광에서 건네받은 허위 카드 전표와 명세서 등으로 과다계상한 정산서류를 진도군청에 제출했다. 이 사업 초기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산 증빙 서류는 대부분 J관광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도군청은 참석자 명단과 증빙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보조금 부정 집행과 허위정산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기본적인 점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진도군지회는 이렇게 만든 돈을 협회 개인 회원 계좌에 넣어놓고 불특정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회 후원계좌와 운영비 계좌 등이 별도로 있는데도 비자금 계좌를 따로 만들어서 보조금 횡령에 이용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이 돈을 지회장 개인이 썼는지, 진도군지회의 산하 기관인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직원들이 썼는지는 수사가 필요한 내용이었다.
진도경찰서, 결정적 참고인 조사까지 해놓고 ‘혐의 없음’
참고인, “200만원 환급 약속, 여행 끝나니 100만원만 돌려줘”
진도경찰서, 짜고 친 횡령 정황을 후원으로 판단한 근거 있나?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진도군지회 A지회장과 사건 관계인 등을 불러 조사했으나 지난해 9월 30일 최종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고 진도군에 통보했다.
그런데 경찰이 당시 조사 과정에 참여한 참고인의 ‘결정적’인 진술을 수사 결과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한 정황이 나타났다.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2022년 9월 6일,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센터 직원이었던 C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본지가 확보한 참고인 C씨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2018년 공감과 치유 탐방 사업을 추진하면서 J관광이 진도군지회에 2018년 4월 3일 100만 원, 11월 27일 15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있는데, 그 이유가 A지회장과 J관광 간 사전 약속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고인 C씨는 “두 번 모두 200만 원을 되돌려 받기로 약속했으나, 여행이 끝난 후 J관광에서 ‘여행경비가 과다해 100만 원 정도만 반환하겠다’며 약속을 번복했고, 한 번은 100만 원, 또 한 번은 옥신각신 끝에 15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고 진술했다.
실제 진도군지회 비자금 계좌에는 J관광에서 2018년 4월 3일 100만 원, 11월 27일 150만 원을 입금한 내역이 확인된다. (본지 2021.10.12.보도, 진도군 시각협회 ‘공감과 치유 탐방’ 수백만 원 횡령 의혹)
진도경찰서 수사관이 참고인 C씨에게 “이 돈이 진도관광에서 시각장애인단체에 준 후원금으로 볼 수 있느냐?”라고 묻자, C씨는 “이 돈은 보조금 800만 원 중에서 여행사에서 여행경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들어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의 운영비로 사용하라고 교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여행을 가기 전에 관광회사 대표와 A지회장, 저와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서 여행경비 중에서 100만 원을 돌려 받기로 약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수사관은 재차 “이 돈을 J관광에서 시각장애인단체에 준 후원금으로 볼 수 있는가?” 물었으나, 참고인 C씨는 “후원금이라고 보기에는 여행경비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J관광으로부터 돌려받아 단체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후원금이라면 별도의 통장이 있는데, 굳이 운영비 통장으로 입금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또한 여행 경비를 과다계상한 질문에 대해서도 참고인 C씨는 “여행경비를 돌려받아야 하니까 인원수를 부풀렸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참고인 진술이 나왔는데도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사건을 ‘혐의 없음’ 종결한 것이다.
본지에서는 진도군청 관련 부서에 연락해 ‘공감과 치유 탐방’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한 행정조치가 있었는가 물었다.
진도군청 복지과 담당직원은 “작년 9월 30일 진도경찰서에서 불송치 종결했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진정이 들어왔기 때문에 다시 정산서 등을 점검했더니 105만 원 가량을 과다계상해 정산한 내용이 확인되어 진도군지회에 환수 통보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0월 11일 진도군지회에 관련 공문을 보내고 나서 담당 공무원들이 지회장을 만나 정산서 문제를 설명하고 환수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이 있다. 만약 환수가 되지 않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 상급 사법기관에 공식 감찰 의뢰 예정
본지에서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와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보조 사업비 집행 실태에 대해 2017년부터 여러 차례 부정행위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현장 취재와 내부자 제보 등의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진도경찰서에서는 아예 수사를 하지 않거나 이번처럼 진도군에서 직접 수사의뢰를 한 사건인데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버렸다.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되는 내부자의 진술도 과감하게 배척하면서 말이다.
본지에서는 이 사건 처분 결과에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의 무능함보다는 담당 수사관과 사건 관계인들 간의 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거라는 의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정황을 발견했다. 다만, 취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상급 사법기관에 감찰을 의뢰할 계획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