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씨, 해고무효확인 소송 승소
지회 측이 제기한 ‘박주연 비위사실’ 대부분 불인정
재판부, “해고처분은 절차적·실체적 위법”
박주연씨, “이동센터 사람들 반성하지 않는다면 형사적 대응할 것”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시달리다 해고까지 당한 전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센터 운전원 박주연씨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남도지부 진도군지회(지회장 이병래)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지난해 12월 21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재판부는 ‘해고처분은 절차적·실체적 위법이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2021년 9월 28일, 박주연씨는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였고, 동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이동센터 운영규정 제8조, 제22조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사위원들이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 참여하여 해고를 의결했다. 징계사유가 부존재하고 설령 징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 측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는 지회가 아니라 이동센터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해고의 주체가 아니다, 이동센터는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해고 제한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동센터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이 사건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이뤄졌으므로, 원고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 중에 이뤄진 해고처분으로 볼 수 없다, 인사위원회 구성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 기타 비위사실을 토대로 적법하게 해고처분이 이뤄진 것이고 징계 양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고의 주체가 이동센터가 아닌 진도군지회라는 점을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며 명확하게 판시했다.
또한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 중에 이뤄진 해고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진도군지회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적응장애라는 업무상 상병을 입고 그 치료를 위하여 2021년 6월 16일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 휴업을 하였고, 그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객관적인 필요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제한되는 휴업기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고, 비록 이 사건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이 사건 해고처분이 먼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고처분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박주연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고 당시 진도군지회 측은 상시 근로자 4명을 둔 사업장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해고사유에 관한 별도의 특약을 두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제한 없이 언제든지 원고와의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2022.1.19. 오전, 진도군청 앞에서 박주연씨가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직장 내 괴롭힘 과련 진도군의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매일노동뉴스)
해고처분 결의한 인사위원회 자체가 위법한 조직
또 재판부는 박주연씨를 해고처분한 인사위원회 구성의 적법성에 대해 ‘이 사건 인사위원회는 적법한 지위를 갖추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위원 3명이 참여한 절차적 위법이 있고, 나아가 위 3명을 모두 제외하면 이 사건 운영규정이 정한 자격을 갖춘이는 1명(센터장)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해고결의는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2조가 정한 구성원의 하한을 충족하지 못한 인사위원회에서 의결된 절차적 위법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진도군지회 인사위원회 자체가 위법하게 구성된 조직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진도군지회 측이 주장한 박주연씨 비위사실에 대해서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운영비를 유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을 전제로 해명과 소명을 요구한 센터장의 명령이 직무상의 정당한 지시 또는 명령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설령 원고가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운영규정 또는 근무명령을 위반한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원고가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센터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언동을 하였다고 볼 아무런 정황이 없는 이상,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징계 사유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주연씨가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 응해 이동센터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했다는 진도군지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동센터 내의 비위를 고발하는 이 사건 기사가 작성·보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동센터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징계 사유 또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급여 내용과 진도군의 감사 지적사항 관련 공문’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박주연씨가 동료 직원의 서랍에서 자료를 꺼내 복사한 사실에 대해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비위사실에 비해 과도하게 가혹한 제재를 가한 것으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해고처분이 재량권 일탈과 남용이라는 박씨 측의 주장을 인용했다.
진도군지회, 항소장 제출했으나 지회장은 사퇴
이번 판결에 대해 시각장애인연합회 진도군지회 측에서 지난해 12월 2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이유서까지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1월 16일께로 추정된다. 1월 16일은 시각장애인협회 진도지회가 해산 총회를 열겠다는 날짜와 겹친다.
그런데 항소인 대표자로 ‘지회장 김상문’으로 표기된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상문씨는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경 지회장직에서 사표를 내고 이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표를 낸 지회장이 항소장을 낸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항소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진도군지회 한 회원은 “시각장애인연합회를 시각 회원도 아닌 이동센터 몇몇 인사들이 장악해 자기들 마음대로 휘젓고 있다, 지회장이 행정서류를 볼 수 없다는 걸 이용해서 직인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이렇게 당하고만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주연씨, “장애인들을 이용해 부조리를 저지르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박주연씨는 “그들이 항소를 했다고 해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저를 형사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를 받았고, 해고무효소송과 손해배상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그들은 사이비기자들을 동원해 저를 음해하는 기사를 수차례 게시했지만, 언론중재위원회와 재판부에서는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배상 판결을 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들을 형사고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시각협회와 이동센터를 떠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대응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동센터 몇 사람에 의해 지회장님들이나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용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게 정말 안타깝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포기하고 이동센터를 떠나면 잊혀질 일이 아니냐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무자비한 부조리를 목격하고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일부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동센터 사람들의 거짓말에 속아서 저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지만, 저를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 절망도 많이 했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실이 다 밝혀지고 있으니, 이제 희망만 안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