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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07월26일 17시52분 ]


위약금 성격의 계약보증금 7억2천만원 면제 사유 설득력 있나?

한국남부발전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10월 11일 제2차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폐기물처리업체인 ㈜삼궁산업과 세방(주)에 대해서 제재기간(6개월)과 계약보증금(7억2천만 원) 환수를 면제해 주었다. 폐기물처리업체측은 50억 짜리 용역계약에서 귀책사유로 계약해지를 당했는데도 위약금 한 푼 주지 않고 계약보증금 7억2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되돌려 받았다. 

계약심의위원회는 결의 사유 대해서 “㈜삼궁산업은 본부내 물량장을 통해 해상반출을 위한 설비투자(추정 3억)를 시행하는 등 본 계약이행을 위해 성실히 준비를 하였고, 또한 진도군청을 상대로 장기간 소송을 통해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하였으며, 2018년 8월 30일 항고를 통해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진도군의 석탄재 반입 전면취소 결정의 화해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삼궁산업이 계약이행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계약심의위원회는 “위와 유사한 사례로 계약예규 일반조건의‘인.허가의 지연’이 불가항력 사유인지에 대한 조달청 질의, 회신된 내용에 근거, 인허가 기관의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석탄매립회의 용도가 소멸되어 생긴 사안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고 계약이행의 노력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바, ㈜삼궁산업의 부정당 제재 및 보증금 환수 모두 면제하고, 공동수급 구성원인 세방주식회사의 부정당 제재 및 보증금 환수 역시 면제한다.”고 밝혔다. 

▲ 한국남부발전 '2018 제2차 계약심의위원회 결의내용' 중 결의사유 부분


이 결정으로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에 석탄재 폐기물을 공급하는 데 관여한 회사들은 진도군에 소송을 건 지 2년여 만에 ‘계약보증금 7억2천만 원’ 환수 족쇄에서 완전히 풀려나게 되었다.
 

시공사 측 소송의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2016년 12월 12일 이 사업 시행사인 진도군의 설계변경 지시에 불복해 하도급업체가 시공사를 내세워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잇달아 제기한 속사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남부발전과 폐기물처리업체가 체결한 ‘2016년도 매립석탄재 재활용 해상반출 용역’ 계약특수조건 제14조에 각 항목을 보면, 계약 해제와 해지, 그에 따른 계약보증금 환수 규정이 있다. 
 
 계약특수조건 제14조 관련 항목

 ① 정당한 이유없이 약정한 착수기일을 경과하고도 용역수행에 착수하지 아니할 경우
 ②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용역수행기한까지 당해 용역을 완료하지 못하거나 완료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④ 매립석탄재를 3개월 이상 반출하지 못하는 경우
 ⑩ 기타 계약조건을 위반하고 그 위반으로 인하여 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당시 폐기물처리업체는 팽목항으로 석탄재를 들여오기 전 민원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주민동의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아무런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석탄재를 운송하고 하역을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로 하역을 하지 못하고 11월 하동화력발전소로 회항을 하게 된다. 관련 입찰조건과 계약조건에 따라 민원발생으로 하역을 하지 못하고 되돌아간 책임은 폐기물처리업체에 있었다.
 

반면, 시행사인 진도군의 사정으로 석탄재 하역을 하지 못하고 석탄재에서 토사로 설계변경이 진행되었다면, 계약특수조건 제15조에서 규정한 ‘불가항력’에 속해 계약보증금 환수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계약특수조건 14조 2항에도 관련 조항이 있다. 


2.정당한 이유로 계약상대자가 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요구한 경우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을 경우에는 계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받지 아니하고, 본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계약특수조건 14조>

이 사업 용역 도급계약서에 용역 시작일은 2016년 9월 28일, 완료일은 2017년 5월 25일로 기재돼 있다. 당시 민원발생으로 석탄재 자체가 팽목항에 하역되지 못했기 때문에 용역계약특수조건 제14조‘④ 매립석탄재를 3개월 이상 반출하지 못하는 경우’계약해제 또는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는 조항에 따라 한국남부발전에서는 2018년 2월 12일, 삼궁산업에 공문을 보내 계약해지 사실을 통보했다.   

▲ 한국남부발전이 이 사업 폐기물처리업체인 삼궁산업에 보낸 '매립석탄재 재활용 용역 계약해지 및 후속조치 알림' 공문 내용. 해지근거를 명확하게 '계약상대자의 귀책사유'라 규정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에서는 ‘용역계약일반조건 제9조(계약보증금의 처리) ①계약상대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보증금을 당사에 귀속한다.’는 규정에 따라 계약보증금 7억2천만 원을 환수(귀속)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공문에 명시된 계약해지 사유만 보면, ‘계약상대자(폐기물처리업체)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계약 해제 또는 해지’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폐기물처리업체는 귀책사유로 7억2천만 원이라는 계약보증금을 환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한국남부발전, 계약해지 사유 스스로 뒤집어
그러나 한국남부발전에서는 2018년 10월 11일, ‘진도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계약상대자의 성실성과 노력이 인정’되고, ‘인허가 기관(진도군)의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석탄매립회의 용도가 소멸되어 생긴 사안’이라는 이유로 부정당 제재 및 보증금 환수를 모두 면제하는 결정을 했다. 계약해지 이유로 들었던 폐기물처리업체의 귀책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진도군에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본지가 확보한 이 사건 관련 하동화력본부 환경관리부에서 작성한 ‘법률 자문 검토 의견서’에서 ‘불가항력’인정의 근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의견에 따라 폐기물처리업체가 민사소송 등 불가항력 요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달청 질의 회신된 내용에 따르면, 불가항력은 계약당사자 누구의 책임도 속하지 아니한 경우로 인허가 취득을 위한 모든 노력(객관적인 입증이 되는 경우)을 하였으나 인허가기관의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인허가 취득이 되지 않은 경우는 불가항력으로 볼 것이나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있어서 불가항력 해당여부는 계약담당공무원이 직접 판단하여야 한다’고 회신된 바 있습니다.’

‘위 계약예규 및 조달청 회신내용을 토대로 이 사건을 검토해 보면 ①진도군청이 입항 취소한 것이 제대로 된 검토가 아닌 단순 민원 때문이었는지 ②이를 막기 위해서 계약상대방(삼궁산업)이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따라서 불가항력에 해당되는지 판단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 한국남부발전이 공개한 '법률자문 검토 의견서' (나)항 내용 가운데 '삼궁산업의 통지에 따르면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조성사업(시행청 진도군)에 민원이 발생하여 석탄재를 사용하지 못하고 토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석탄재 반입 및 운반에 대한 일체 사항을 취소하는 것으로 진도군청에서 통보받아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민원 발생'이 이 사건의 중심 사유가 되어 있는 것이다.


▲ <법률자문 검토 의견서> 중 - '불가항력' 판단을 위한 조건 검토 내용


위의 의견서는 2017년 1월 11일 작성돼 보고되었고, 시공사가 진도군을 상대로 ‘석탄재 반입 취소 결정 무효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월 6일이었다. 이미 시공사 측은 2016년 12월 27일 광주지방법원에 ‘순성토재 변경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냈기 때문에 이 소송만으로도 진도군의 설계변경 조치에 대한 합법성을 따질 수 있었는데도 폐기물처리업체는 별도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민사 재판부, 입찰유의서/계약특수조건 전혀 몰랐나?
2018년 8월 29일,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1심 판결과 달리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1.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진도항 배후지 조성공사 도급계약에 관하여 그 배후지 조성을 위한 성토재를 석탄재로 변경하기로 한 2016. 9. 1.자 변경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 2.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결정이유에서 ‘위 주민들의 민원 및 그 우려만으로는 구 안전행정부 예규 제103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3장의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6절(공사설계의 변경) “그밖에 발주기관이 설계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주민들의 민원을 ‘단순 민원’으로 확정해버렸다. 

폐기물처리의 전제조건이 되는 ‘선제적 민원해결’관련 계약조건들을 재판부가 인지하고 있었다면, 소송 당사자 협의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재판에서 이런 편파적인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소송을 통해 폐기물처리업체는 위 ‘법률 자문 검토 의견서’에 제시된 ‘단순 민원 판단’과 ‘계약상대방(삼궁산업)의 노력’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다. 

시공사 또한 진도군과 맺은 계약조건에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보증금 환수’ 항목이 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주도의 소송에 대리자로서 ‘울며겨자먹기’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사는 토사든 석탄재든 성토재만 확보된다면 준공 기간 내에 공사만 진행하면 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폐기물처리 관련 소송에 직접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2018년 12월 10일, 광주고등법원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내용은 ‘화해권고결정’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2.원고는 피고가 2016. 12. 12.경 원고에 대하여 ‘민원 발생 등으로 순성토재가 석탄재에서 토사로 변경되어 행정절차(계약심사, 일상감사, 토취장 허가 등) 완료 시까지 공사 일시정지를 지시하니, 석탄재 운반에 대한 일체의 사항을 취소한 후 토취장으로 변경하는 설계서를 제출’하도록 통지한 행위와 관련하여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한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판결 – 결정사항 중.
 

진도군의 공사 중지 지시와 설계변경으로 2년 넘는 기간 동안 막대한 손해를 당했다는 시공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손해를 보전받아야 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재판을 통해 얻을 것을 다 얻었다는 판단 때문인지 ‘진도군에 유리한 조항’을 추가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보은성 합의를 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시공사가 대리인 격으로 소송에 참여했고, 이 소송으로 폐기물업체가 봉착했던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사업과 관련된 소송과 업체들의 행정 행위들은 오로지 소송 당사자들만 ‘윈윈’하는 길을 ‘강제조정’을 통해 확보한 사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민사 재판 과정 어디에도 '민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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