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팻말에 쓰면 다 이루어지더라니께요!”
30년 교육운동, 그 결실을 진도에서 맛보고 싶습니다 - 진도실고 고재성 선생님
평일 오후 5시~6시경, 진도공용버스터미널 사거리를 지나다 보면, 인도 한귀퉁이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볼 수 있다. 그가 든 노란바탕의 손팻말에는 항상 굵은 글씨로 선명한 구호가 적혀 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주로 사대강 사업 반대를, 박근혜 정권 때는 대선무효와 탄핵을 외쳤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시기부터는 줄곧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문구로 호소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향해서는 ‘세월호 진상규명’, ‘전교조 합법화, 해직교사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심코 지나가는 주민들이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찬성, 청정 진도! 반대, 폐석탄재, 돼지축사!’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도군이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석탄재 폐기물 팽목항 매립을 시도한 2016년부터 그는 반대 대책위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진도 의신면 돈지에 집을 마련하고 20년을 넘게 살아오던 터이기에 진도바닥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이 간첩(?)일지도 모르지만, 온몸으로 진도사회의 변화를 외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한 번쯤은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4.16 세월호 학살 1875일째가 되는 6월 5일, 그는 여전히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잠깐 신호대기를 하다 지나가버리는 운전자들이겠지만, 그가 든 손팻말은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세월호 진상규명, 전교조 합법화, 팽목항 석탄재 반대, 기업형 돼지축사 반대!”
6월 5일 오후 5시경 진도공용버스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진도실고 고재성 선생님. 교무를 다 마치면 어김 없이 거리로 나와 손팻말을 든다고 한다. 잠깐 동안 짬을 내서 하는 시위지만, 그는 지나가던 주민들과 학생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도에서는 이제 선생님을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울 엄니가 인정해 주시는 나이는 경자생 60년 쥐띠, 딱 예순이요. 집은 의신면 돈지리 513-1번지고요. 딸은 재주가 없어 못 나고 아들만 둘잉만요. 교직 첫발은 87년이었는데, 89년 전국교원노조 운동으로 해직되었다가 94년에 신규발령 형태로 복직되었지요. 4년 6개월 해직기간 제하믄 29년쯤 학교에서 생활했네요.”
▶ 지금까지 진도 지역 곳곳에서 1인피켓시위를 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2013년 12월 25일, 진도 철마광장에서 있었던 이명박근혜 부정선거규탄 시위와 2014년 1월 3일부터 읍사무소 네거리에서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1인시위를 시작했지요. 그러던 중 임회 곽봉○씨에게 해코지 당한 적이있어요. 아마 그는 벌금 300 물었을 겁니다.”
▶ 그 동안 1인시위 내용을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주장이 중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2014년 4월 16일도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하려고 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체육관으로 가서 생존자들을 만났어요. 그때 세월호 참사가 부패 권력에 의한 학살극임을 확신했지요. 그 해 5월 8일 목포에서 세월호 집회 참가 이후 10일께부터 세월호 관련 진도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특히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과 교사들의 희생이 너무나 컸잖아요. 교사로서 안타까움이 너무 컸습니다.”
▶ 최근에는 팽목항 석탄재 폐기물과 돼지축사 관련 내용이 보입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군수를 비롯한 진도군청 관리들이 왜 있는가요? 군민의 머슴이어야 할 자들이 사리사욕에 눈 멀어 벌인 못되먹은 작태입니다. 지금 당장 취소하고, 저 또한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주인들의 뜻에 따를 것을 명령합니다.”
▶ 사실 선생님은 진도 지역사회 개혁을 위해 30여 년을 투쟁하며 보내고 계시는데, 진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곡해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1인시위 내용에 대한 감사 요청까지 받으셨습니다. 사회개혁을 원하지 않거나 반대편에 서 있는 분들일 텐데, 이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견리사의', '사필귀정'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두고두고 손가락질 받아 자식들 부끄럽게 하지 마시길…….”
▶ 전교조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법외노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정부투쟁을 하고 계십니다. 그 의의와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촛불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이 촛불의 한 축이었던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법외노조 취소 문제는 후보시절에 사석에서 이미 약속했고 공약에도 있습니다. 89년 해직교사 원상회복도 약속한 터라 기대했는데 어느 것 하나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눈치를 그리 보시는지, 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등과 같이 대통령 지시 한 마디면 끝날 일입니다. 혹자는 대법에 계류 중이라는데 애시당초 박근혜 노동부가 팩스 한 장으로 벌인 촌극입니다. 팩스 한 장이면 끝날 일입니다. 그 쉬운 것을 안 하고 있다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싸워야지요, 이길 때까지!”
▶ 교직 생활을 하시면서 여러 지역에서 근무를 하셨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바라보는 진도교육과 진도의 미래를 위해 진도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있다면?
“교육관도 바뀌어야 하고 교육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교육은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수단이나 취직의 수단이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읶도록 도와주는 활동의 장이어야 합니다.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경쟁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은 늘 불안하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쟁 아닌 협동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진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뀌어야지요. 다음은 교육과정(내용) 문제인데요? 진도의 음악, 진도의 미술, 진도의 역사, 진도의 문학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어떤 문제해결이 된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은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1인시위를 이어갈 것인지요?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습니다. 고재성이가 요구하는 것은 다 된다. 이명박이 구속됐고(잠시 풀려났습니다만 곧 들어갑니다.) 박근혜가 쫓겨났습니다.(광화문 대로에는 구속 중인 범죄자를 아직도 추앙하는 자들이 아직도 많습디다만) 풍력발전소도 못 들어오고 있고요. 서 있을 기력이 있을 때까지는 하겠지요.”
▶ 선생님의 사회개혁 운동 방식에 대해 진도군민들의 호응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호불호가 갈리겠지요. 제가 6년째 여러 문제로 일인시위를 해오고 있습니다만 해코지를 당해본 것은 딱 한 번뿐입니다. 핀 잔도 한 번 들었고요. 당신의 의견은 저와는 다르다고 점잖게 말씀하신 분이 두 분 계셨습니다. 추운디 고생한다고 따뜻한 음료수 쥐어주신 사람들, 더운디 애쓴다고 시원한 음료수 건넨 분들, 응원한다고 손을 흔들거나 경적을 울리신 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은 물어오기도 하고요. 저는 광장을 또 다른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도군민들이 선생님께서 진행하는 1인시위나 사회개혁 운동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 곁에 오시는 것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리고 진도에도 건강한 시민운동 조직이 있습니다. '진도교육희망연대', '진도사랑연대회의', '책의 기쁨을 나누는 모임' 등이 있습니다. 두드리시믄 열립니다.”
▶ 많은 군민들이 진도군수와 공무원들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도지역사회가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개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권위는 찾는다고 오는 게 아닙니다. 내려놓을 때 스스로 찾아옵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도 잘 들어주고 행정가가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진도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518때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그 때 죽지 못하고 참 많은 세월을 덤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가 전교협, 전교조에 가입해서 활동했 것은 오월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었습니다. 4년 6개월의 해직, 복직, 일제고사 반대 투쟁, 노동자 연대 투쟁, 지역 현안 투쟁 등을 해오면서 추가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