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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8월30일 17시03분 ]

우리 동네에는 보물단지가 있다. 이 단지 안에는 오로지 내 자식들에게만 줄 귀한 것들이 토실토실 여물고 있다. 단지의 주인은 오늘도 곧 다가올 추석을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 동네 할머니들은 텃밭을 가꾼다. 마당 한켠 손바닥 만한 크기에서부터 강섶이나 산비알을 긁어 텃밭을 일구고 작물을 심는다. 농두렁 밭두렁 텃밭 아닌 곳이 없다. 도로 가장자리 공간이나 담장 아래 좁은 틈새에도 할머니들의 손길이 닿는다.


이처럼 마을에는 드넓은 농토만 있는 게 아니다. 버려진 땅, 남겨진 공간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에게는 소중한 농터가 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나 골목, 마을 어귀 곳곳에 이름 없는 텃밭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이 누구인지 몰라도 분명히 텃밭 주인은 있다. 그 텃밭에서는 어쩌면 수십, 수백, 수천 년의 질곡이 담긴 사연들이 자라고 있다.


할머니 텃밭은 내 자식들에게만 주는 영양분의 보고이면서 토종 종자와 토종 농법이 고스란히 보존된 우리 문화인류학의 보고다.


그깟 흔한 텃밭 하나 가지고 너무 거창한 해석을 했을까? 하지만 보라!


할머니들이 가꾸고 있는 공간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농토와는 달리 공유와 나눔의 정신이 담겨 있다. 내가 먹을 것·내 자식들에게 줄 것·나와 가장 친한 이웃에게 줄 먹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텃밭에서 정성껏 길러지는 채소나 농작물은 최고일 수밖에 없다.


농부님들은 규모화, 기계화, 세계화 모두 해 봤지만, 남은 건 빚하고 자식뿐이라고 호소한다. 이제는 뭔가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쉬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주어진 농토가 늘어날수록 고달파진다.


그래서 드넓은 농토와 생활 공간 사이에서 빈틈을 채우고 있는 우리네 할머니 텃밭을 다시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 텃밭에는 재래식이라 불리는 전통 농업이 살아 있다. 할머니 텃밭에는 토종 종자가 남아 있다. 할머니 텃밭에는 그 가문만의 문화가 숨쉬고 있다. 할머니 텃밭에는 마을이야기가 담겨 있다. 옆집 할머니와 벌이던 언쟁과 수다가 푸성귀로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할머니 텃밭에는 우리들 어머니의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배여 있다.


<2016년 문화이모작 과정을 통해 선정된 기획사업>


지난 7월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는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전국 4개 권역 지역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2016년 문화이모작 집중교육과정이 2박 3일 동안 진행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올라온 18개의 기획서가 문화이모작 기획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전라권에서는 모두 5개의 사업이 선정되었는데, 진도에서만 2개가 뽑혀 각각 4백만 원의 사업추진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하나는 진도읍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시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승씨의 <개들리 기억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의 <우와, 우리 동네 할머니 텃밭에 보물이?>라는 기획서다. <개들리 기억지도>는 기획자인 이현승씨의 동의를 얻고 다음 지면을 빌려 소개할 예정이다. 


기획사업 <우와, 우리 동네 할머니 텃밭에 보물이?>는 앞서 설레발을 친 것처럼 우리 동네 텃밭과 텃밭 주인인 할머니들을 조명함으로써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대안 농업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업이다.


할머니 텃밭 인증은 유기농 인증이나 친환경 인증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진도문화예술연구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인증제이며, 할머니 텃밭에 담긴 가치에 대한 인증이다. 할머니 텃밭 공동체 스스로 하는 인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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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텃밭 인증 과정》


   〇 마을에 숨어 있는 텃밭 조사 : 주인(할머니) 이력과 텃밭 작물 기록
    ⇒ 텃밭 주인의 특성, 사연, 기르는 작물, 토종 종자 목록 사진과 영상 통해 취합


① 조사 항목 : 텃밭 위치, 텃밭 주인(할머니), 주인의 이력, 텃밭 작물과 이력, 텃밭 형태(그림으로)
② 조사 방법 : 답사와 인터뷰, 사진․ 영상 촬영
③ 조사 도우미 : 마을 어린이들, 경로당 할머니들 - 경로당에 나오는 할머니들에게 텃밭 정보를 취합하고, 마을도서관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과 함께 텃밭 지도를 그린다.

   
  〇 텃밭 작물 공유를 위한 상품화 / 텃밭 지키는 할머니들 이야기 스토리텔링
    ⇒ 텃밭 생산물 제품화하고 매장에 전시·판매, 온라인 커뮤니티(블로그) 개설․홍보


① 텃밭 스토리텔링 :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 텃밭 가꾸는 이야기, 작물에 대한 이야기 등
② 텃밭 작물 상품화 : 할머니가 기른 텃밭 작물을 수확하면, 자식들에게 보내고 남은 것들을 수집해 소포장(스토리 편지 첨부)하고 지역 마트에 전시 판매한다.
③ 블로그 개설 : 블로그,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텃밭 상품을 직거래한다.
④ 텃밭 인증서 제작․전달 : 텃밭 공동체 할머니들이 스스로 만들 수도 있음


   〇 텃밭 나무푯말 세우기, 우리 동네 텃밭 순례 지도 만들기
    ⇒ ‘할머니 텃밭 인증’ 마크, 할머니 이력과 작물이 새겨진 나무푯말 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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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할머니 텃밭을 문화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은 도시 텃밭, 친환경․유기농 등과는 차원이 다른 문화 개척 사업이다. 이름 없던 할머니 텃밭에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텃밭 공동체를 복원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회복하는 농촌운동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마을 할머니들에게 텃밭은 삶의 자투리를 가꾸는 일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에게 ‘내 텃밭’은 인격이며 자존심이다. 할머니는 내 텃밭에 풀 한 포기라도 자랄까 농사일이 끝나거나 시간만 나면 항상 텃밭으로 가서 김을 맨다. 날마다 매야 할 잡초는 없다. 하지만 텃밭은 할머니의 다락방이며 해방구이기도 하기에 날마다 텃밭을 찾는 것이다.  


텃밭 작물은 대개 깨, 들깨, 콩(메주콩, 서리태, 쥐눈이콩), 팥, 녹두, 옥수수, 가지, 토마토, 오이, 감자, 고구마, 토란, 도라지 등이다. 농산물로서 경제적 가치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여기에 문화가 담기면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우리 동네 텃밭이 문화콘텐츠가 되면 진도 전역으로 텃밭 가꾸기와 텃밭 농산물 알리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할머니 텃밭’이 우리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자식들이 “제발 그런 힘든 일 이제 그만 두고 쉬세요”하며 떼를 쓰고 말려도, 할머니들은 새벽이면 어김없이 텃밭으로 나갈 것이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그 텃밭은 사라지지 않는다. 쑥스럽게도 우리들은 그 텃밭에 숟가락 하나만 얻으면 된다. 


※ 할머니 텃밭 제보(010-3214-3511, poemeye@naver.com)
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텃밭을 알려 주십시오. 올해는 십일시마을 중심으로 우선 서른 곳을 인증할 계획이지만, 내년에는 임회면에서 진도 전역으로 할머니 텃밭 농산물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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