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사건이 말해 주듯 국가의 안전 시스템이 무너지면 많은 국민들이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올해 9월, ‘세월호 특별법’에 의한 국가사업으로 경기도 안산시에 400억 원을 들여 해양안전체험관을 건립하고, 진도 팽목항에는 270억 원 규모의 국민해양안전기념관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되었던 안산시와 진도군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책사업을 유치했다며 환영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역으로서 ‘군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겠다던 진도군(군수 이동진)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임회면 백동리로 이사와 살고 있는 K씨 이야기다.
“낮에 폭우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보니 집채 만한 고목이 쓰러져 집을 덮치려 하고 있었어요. 일단 집에 머물 수 없어 다른 마을 지인의 집으로 피신해서 하룻밤을 지내고 왔는데, 아침에 와 보니 당장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지붕으로 떨어져 내릴 상황었죠. 그래서 우선 마을이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조치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행정 기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K씨는 어쩔 수 없이 급경사가 진 산으로 올라가 위험스럽게 뻗쳐 있는 고목의 가지를 잘라냈다.
하지만 사람 몸의 몇 배가 되는 고목 전체를 잘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다시 임회면사무소에 연락했다. 면 담당자는 현장 확인 후, “진도군에 협조 요청을 한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군청 담당자에게 알아보니 예산이 없어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거였다.
K씨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K씨의 이웃에 사는 노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장에 사비로 중장비를 대 뒷산에 길을 내고 고목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남의 산에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이웃주민이 11월초경 119안전센터에 신고했다. 119라면 주민들의 위급 상황에 출동해 안전조치를 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게는 저 큰 나무를 자를 만한 장비가 없으니, 진도군청에 연락해 보겠다”며 철수하고 말았다.
다음날 진도군에서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했다. 그 담당 공무원은 “현재 예산이 없기도 하지만, 그다지 시급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K씨는 기가 막혔다고 한다. 주민들은 비가 오거나 바람만 불면 불안해 잠을 못 이루는데, 시급하지 않아서 조치를 못해 주겠다니 말이다.
K씨는 “진도군 어디를 가나 ‘군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진도’라는 진도군 홍보문구가 보이는데, 이번 경우를 보면 ‘군민이 위험하고 불행한 진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진도에 살다보니, 일년내내 축제나 행사가 벌어지는데, 실제 가 보면 주민 참여나 관광객도 거의 없는 형식적인 행사들이 많았다. 말 그대로 예산 쓰고 보자는 행사들이지 않나? 그런 데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긴급 안전 조치 요청에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게 진도군의 민낯인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진도군에서는 국민해양안전기념관을 유치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면서 군민의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한 것 같다”며 “제발 부탁인데, 그런 홍보 현수막 걸 예산이 있으면 방치하고 있는 군민들 생명 보호에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육중한 고목이 쓰러져 70도 경사지에 걸쳐 있다. K씨는 폭우가 내리면 언제든지 고목이 집을 덮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도군은 나무를 치울 예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