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고 이승현군(단원고)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편지를 보내왔다. 5월 8일 현재 삼보일배 순례단은 세종시를 지나고 있다. 6월 13일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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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치원읍에서 일정을 마쳤구요, 시작한 지 80여 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2월 23일 오전 10시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막연하게 묵묵히 절만 하면서 온 시간이 벌써 3개월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거리에서 절을 하면서 개나리를 보았고 진달래를 보았고 많은 들꽃들을 보면서 비바람 둟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아름이가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슬퍼하는 눈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막내를 떠나보내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절을 하면 가슴속에 있는 한이 어느 정도 내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하늘로 올라간 세월호 희생자 304분, 바로 그분들을 다시 한 번 따뜻하게 품어달라고 팽목항에서 첫 절을 국민 여러분들께 올렸고, 오늘도 국민 여러분들을 행해 절을 했습니다. 내일도 저는 이 땅에 계시는 엄마 아빠, 혹은 엄마 아빠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을 향해서 오늘처럼 절을 할 것입니다.
살려고 발버둥치고 몸부림치는 절인 만큼 저와 딸 아름이를 보시는 여러분분들께서도 슬퍼만 하지 마시고 안타까워만 하지 마시고, 저를 보면서 기운을 내셨으면 합니다. 저 사람도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나라고 못살 것이 없다는 그런 생각으로 긍정적인 힘으로 살아가신다면 저는 거기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갈재고개를 넘었을 즈음 어느 어머님이 찾아왔습니다. 한 시간을 말없이 묵묵히 절을 하시다가 휴식시간이 되었는데 퍽퍽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무슨 사연이 있나 하여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여쭤 보았습니다. 그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한 시간 절을 했는데도 힘이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하며 우셨다고 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도 참았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눈물을 흘린 까닭은 어쩌면 자매님이 하신 말씀이 제가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주일이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경기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저와 아름이가 뒤돌아보지 않고 절을 한 이유도 있었겟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런 이유도 없고 동기도 없는 상태에서 저와 아름이를 위해서 저와 함께 절하고 함께 땀 흘린 그 수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어쩌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와 아름이는 당연히 피해 당사자로서 피담을 흘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그 많은 분들이 피땀을 쏟으면서 아스팔트에서 절을 한 그 땀방울 만큼은 보석으로 고이 고이 남아야 한다는 게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대구 가창성당에 계시는 주임신부님과 신자분들이 500원씩 나룻배 모금을 하셔서 손편지와 함께 500원씩 모은 돈 11만원을 저에게 인편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모여서 작은 돈 500원, 그 돈이 어마어마한 기적이 되어서 6월 13일 광화문에 들어갈 때 커다랗고 거대하고 이 땅의 어머니 아버님들의 사랑이 담긴 그러한 염원의 배로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그 배는 말 한 마디 못하고 같은 장소에서 차례차례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 304분들의 영혼이 광화문에서 활짝 꽃피면서 그분들의 영혼을 달래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도 여러분들의 뜻과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하면서 지금까지 왔던 길을 멈추지 않고 광화문을 향해서 한 절 한 절 올리면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끝까지 저의 삼배일배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려분들이 힘들게 보내 주신 사랑에 대해서는 평생 잊지 않고 가슴으로 보관하면서 살다가 어려울 때 약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이 땅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