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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11월15일 19시55분 ]


농악과 북놀이의 민속적 가치에 대한 인식 없이 인력 동원에만 혈안

진도군이 뜬금없이 읍·면별로 북놀이단을 조직해 각종 행사 길놀이에 동원하고 있어 진도 문화판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전통적으로 최근까지는 각 읍면 민간 농악대와 민속전수관에서 길놀이에 참여해 왔다. 이번 관 주도의 관변 북놀이팀 조직으로 인해 대대로 공동체 정신문화를 지켜오던 농악대가 해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진행된 ‘진도군민의 날’ 행사에서도 진도군에서 각 읍면으로 농악대 대신 북놀이팀을 조직해 동원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읍면에서는 북놀이팀을 급조하느라 행사 당일까지 큰 혼란을 겪었다. 철마공원에서 행사장인 공설운동장까지 행진을 할 때 각 지역을 상징하는 상징물 다음으로 북놀이팀이 북을 치며 길놀이를 했다.
 

수십 년 동안 진도군의 공식적인 축제와 행사에서 풍악과 길놀이를 담당했던 농악대는 북놀이팀에 섞이거나 아예 참여를 포기한 상황이었다. 각 읍면에서 조직한 북놀이팀도 상당수가 북만 허리에 맸을 뿐 온전한 북놀이 조직이 아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공무원들이 북놀이 조직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행렬의 진수(?)를 보여줬다고도 볼 수 있겠다.

▲ 2019년 11월 1일 진도군민의 날, 진도읍 철마공원에서 길놀이 퍼레이드 출발 직전,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진도군이 지난 7월에 각 읍면에 내려보낸 <읍면 진도북놀이 구성 운영 계획>을 보면, ‘우리나라 최초 민속문화예술특구의 위상을 높이고 우수한 진도 문화예술 보전·전승을 위하여 읍면 진도북놀이단을 구성·운영한다’고 나와 있다.

7개 읍면을 대상으로 2019년 7월~8월까지 읍면당 30명씩 모집해서 총 210명을 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북놀이단은 운영 주체가 읍면사무소이기 때문에 읍면에서 이장 등에게 공문을 보내 공개 모집했다.

진도군은 이렇게 조직한 북놀이단을 진도문화예술제, 신비의 바닷길 축제, 명량대첩축제, 읍면 체육대회 등 시연과 거리퍼레이드에 참가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직기간 동안 읍면 전수관이나 복지관 등에서 10회 강습회를 열고, 강습비를 지원했다. 또 읍면별로 일괄적으로 진도북과 민복을 구입해 지급했고, 진도북은 행사가 끝나면 다시 회수해 읍면에 보관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북과 민복, 강습비 등을 따져보면 각 읍면별 500여 만 원이 지급되었을 것이고, 전체적으로 3천5백만 원이 북놀이팀 운용을 위해 쓰여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수 지시 한 마디에 일사천리 퍼레이드용 북놀이팀 조직

전라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8호인 진도북놀이를 보전·육성하기 위해 진도군이 예산을 증액하고 전승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에 대해 반대할 군민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진도군에서 추진되는 ‘읍·면 진도북놀이팀 구성·운영’ 방식에 대해서 각 지역 보존회뿐만 아니라 일반 군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비토가 이어지고 있다.

진도북놀이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군민들은 진도군의 진도북놀이팀 조직이 민속문화예술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사욕에서 나온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에 동의할 것이다.

▲ 진도군청 문화예술체육과에서 각 읍면사무소로 보낸 공문 내용. 4월 1일 군수지시사항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명시돼 있다. 이동진 군수는 관련 실과소 회의에서 "읍면별로 100여명 규모로 진도북놀이단을 구성해 진도군의 대표축제, 군민의 날, 한마당잔치 등에서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제 문화예술쳬육과에서 조정한 인원은 읍면별 30명씩 총 210명이었다.

지난 4월 1일, 이동진 군수는 각 실과 업무계획 보고를 받으며 “읍면별로 100여 명 규모의 북놀이단을 구성해 진도의 대표축제, 군민의 날, 한마당잔치 등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관광개발국 관광과와 문화예술체육과에서는 읍·면별 진도북놀이팀 구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는지 신비의 바닷길 축제와 명량대첩축제에서는 2016년말부터 운영하던 진도북놀이 퍼레이드팀이 참여했다. 이 퍼레이드팀은 진도북놀이보존회원들과 각 실과별로 차출된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었다. 공무원들만 무려 190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북놀이 퍼레이드에 차출되어 온 공무원들의 호응도가 낮고 내부적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진도군에서는 올해 군민의 날 행사부터 읍면 사무소에 북놀이 퍼레이드 동원 업무를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공무원 대거 차출해 진도북놀이 퍼레이드팀 조직

공무원들은 주요 행사 때마다 북놀이 퍼레이드에 차출되어 사전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전교육이 수·목 또는 목·금요일 오후 5시~6시까지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과소에서 차출된 공무원들은 업무 시간에 빠져나와 북놀이 강습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공무원들이라 하더라도 하기 싫은 일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던지 다른 업무와 달리 참여 실적은 저조했다. 

▲ 2019년 명량대첩축제를 목적으로 진도군청 직원 190명을 차출해 북놀이 퍼레이드 사전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사유서까지 쓰게 하는 등 강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진도군의 ‘2019년 명량대첩축제 북놀이퍼레이드 사전연습 참여 통계’를 보면 26개 과소에서 불참율이 50% 이상인 곳이 19개 과소였고, 6개 과소는 불참율이 100%로 아예 전체가 참여하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참여율이 낮다 보니, 주무부서인 관광과에서는 각 실과소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종용하기도 하고, 불참자에 대해서는 사유서까지 요구하고 간부회의에서 거론하는 등 반강제적으로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도군 관광과 공문]

-제41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북놀이 퍼레이드 사전 연습 참여 철저

‘신비의 바닷길 축제 대표 프로그램인 ’신비의 땅을 울려라‘  북놀이 퍼레이드 사전 연습이 매주 수·목요일 오후 5시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으나, 일부 과소 및 읍면에서는 대상 직원 전부가 미참석하는 등 참여율이 저조하여 축제시 북놀이 퍼레이드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북놀이 퍼레이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사전 연습에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니다. 불참 직원께서는 2019년 3월 5일까지 사유서를 제출해 주시기 바라며, 향후 간부회의시 과소 및 읍면별 참여율을 보고할 계획입니다’

-2019 명량대첩축제 북놀이 퍼레이드 사전 연습 참여 철저
‘명량대첩축제 출정식 전에 전행되는 ‘승전의 북을 울려라’ 북놀이 퍼레이드 사전 연습이 매주 목·금요일 오후 5시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으나, 일부 과소 및 읍면에서는 대상 직원 전부가 미참석하는 등 참여율이 저조하여 축제시 북놀이 퍼레이드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사전 연습에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형문화재 소포농악을 갓 조직한 북놀이팀 들러리 세우려 하는가?”

올해 군민의 날을 앞두고 ‘길놀이 종합계획’은 10월 14일에 나왔지만, 읍면사무소에 배정된 북놀이팀을 조직하는 데는 행사 전날까지 혼란이 반복되었다. 

지산면의 경우, 북놀이팀원 30명을 조직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이들을 이끌어갈 농악 사물이 없어 처음에는 배제했던 소포농악보존회에 참여 협조를 구했다. 소포농악보존회는 뒤늦게 참여를 요청받고 처음에는 불참하겠다고 밝혔으나 면사무소의 거듭된 요청으로 참여를 수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행사 당일에는 상당수 농악대원들이 불참했다. 더구나 농악대원들은 북놀이팀의 복장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농악복을 벗고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소포농악보존회 임귀현 회장은 “면사무소에서 급하게 전화가 와서 소포농악에서 꼭 가야 한다고 했는데, 북놀이팀과 한 번도 장단을 맞춰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합쳐서 가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해와서 이번에는 참여를 하기로 했지만 농악대가 농악 복색도 못 입고, 이제 막 만들어진 북놀이팀에 합류를 한다는 건 정신나간 짓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포걸군농악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 인류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대표 농악이다. 그런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농악대원들은 지금까지 진도군 행사와 지산면 행사가 있다면 바쁜 일 접어두고 참여해 왔다”며 “원칙대로라면 소포걸군농악이 진도군 전체 행렬의 맨 앞에 서야 맞다. 전국에 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이 몇 개나 되는가? 이제 막 만들어놓은 북놀이팀 들러리로 세우는 정책을 누가 만들었는지 한숨 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군내면 신동농악 곽권순 단장도 “여기도 마찬가지로 면사무소에서 처음에는 북치는 사람 일곱 명만 보내라 해서 모두들 못 나간다 했다. 가려면 다 같이 가서 해야지, 북만 치는 사람만 간다는 건 농악대에서는 맞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행사 때 줄곧 농악을 치며 전체가 길놀이만 해왔는데, 갑자기 북만 치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안 갈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곽 단장은 “우리가 못 간다고 하니까, 행사를 며칠 앞두고 면사무소에서 꽹과리하고 장구, 징 같은 악사만 오라고 했다. 그래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를 이제 (그런 행사에서) 아주 빼불라고 그러는가 하는 소리가 오갔다. 몇 명만 가려면 다 같이 가지 않기로 다시 결정했다”면서 “그렇게 안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면사무소에서 또 연습 마지막 날 와보라고 해서 갔다. 거기서 농악대하고 같이 하는 것으로 합의가 돼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확인된 내용이지만, 군내면에서는 신동농악대가 참여를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지역 진도북놀이회원들에게 길놀이를 맡기는 방안도 계획돼 있었다고 한다. 퍼레이드용 북놀이팀 조직이 얼마나 졸속 정책인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지산면과 군내면은 지역의 대표적인 농악이 전통적으로 길놀이를 전담해왔는데도 이번 행사에서는 면사무소에서 따로 북놀이팀을 조직한 다음, 나중에 부족한 인원이나 사물을 농악에서 보강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도북놀이보존회장, “보존회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의신면은 의신면사무소와 의신민속전수관이 처음부터 협의를 거쳐서 공동으로 북놀이팀을 조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기존에는 길놀이 농악을 노인회에서 맡아왔었는데,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장거리 행진이 어려웠기 때문에 새롭게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진도북놀이(양태옥류) 예능보유자이면서 현 진도북놀이보존회장이기도 한 박강열 선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면사무소에서 모집을 하고 북놀이에서 충원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인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의신전수관에서 협력한 것”이라면서 “지역에 사람이 없는데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데, 수당 2~3만 원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누가 지원하겠는가? 그래서 나에게 나오는 강습료에서 조금 더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읍면별 북놀이팀 조직은 진도북놀이보존회와는 큰 관련이 없다. 군에서 지시해 읍면으로 내려간 사업이기 때문에 읍이나 면에서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기존에 농악대가 있는 지역은 그 농악대를 활용해 지원하고 보충하는 게 맞는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은 면에서 잘못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지역 축제에 참여하며 북놀이 퍼레이드를 지켜봐 왔던 한 문화계 인사는 “진도북놀이가 문화재가 된 것은 그 몸짓과 가락에 진도만의 독특한 멋이 스며 있기 때문인데, 이 퍼레이드에서 북을 치는 사람들 표정을 보면 마치 로봇 같았다”면서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북놀이 보존회원들은 나름 즐겁고 멋스럽게 놀기도 했지만, 공무원들은 마치 군대의 분열식에 끌려온 슬픈 군인들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진도북놀이보존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회원도 “체육대회에서 매스게임과 같은 북놀이 퍼레이드를 하다 이제는 읍면 농악대들이 해 오던 길놀이까지 매스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문화도 아니고 예술도 아닌 것 같다”며, “진도군의 문화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보존회와 같은 단체에서 목소리를 내서 농악도 살고 북놀이도 사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군수가 지시했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잘못된 일에 눈감고 따라간다는 것은 진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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