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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10월14일 19시55분 ]


법무부 예산으로 지원한 ‘호남 제주권 연합 힐링 캠프’에서
범죄피해자 얼굴과 활동사진 10여 일 동안 페이스북에 노출돼

호남 제주권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주최한 '호남·제주권 연합 힐링 캠프'에서 위원으로 참여한 박모씨가 캠프에 참가한 이들의 활동사진들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고 10여 일 동안이나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들은 2차 범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남완도진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와 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박모씨는 제주도에서 9월 25일~27일까지 진행된 힐링 캠프에 참가하며, 함께 참여한 이들의 관광·세미나·식사 등의 활동 사진을 행사 당일부터 10월 14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진에는 '제7차 희망나들이 힐링캠프', '호남 제주권 연합 힐링캠프'와 같은 정보가 나타나 있고, 행사에 참가한 범죄피해자들의 얼굴과 활동 모습이 그대로 선명하게 노출돼 있었다.

성폭행과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도 인권 차원에서 쉽게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신상을 아무렇지 않게 실시간으로 노출하는 행위는 범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미필적고의의 범죄가 될 수 있다.

▲ 해남완도진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박모 이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힐링 캠프 활동 사진이 실시간 올라와 있다. 이 사진에 범죄피해자들도 포함돼 있었고,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10여 일 동안 노출돼 있었다.



취재하는 기자에게, 센터 상담실장 "뭐가 불만이세요?"

그런데 문제는 범죄피해자들의 신상을 노출시킨 박모 이사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기자가 해남완도진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범피센터)에 전화를 걸어 제보된 내용에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상담실장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하는 대신 대뜸 "뭐가 불만이세요?"하면서 전화를 건 기자에게 따지듯 되물었다.

또 그는 "힐링 캠프에서 찍은 사진들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동의를 얻어서 인터넷에 올린다"면서 “범죄 피해자들의 활동사진과 신상이 노출된 일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기자가 "센터 차원이 아니라 참가한 위원 개인이 실시간으로 범죄 피해자들의 활동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는 일은 범죄 2차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는데 정말 괜찮은 일인가?"하고 되묻자, 그때서야 그는 "처장님에게 확인해 보고 오후에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범피센터 관계자와 전화를 끊은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문제의 SNS 계정에 접속해 보니 해당 글은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그러나 기사를 작성하는 현재까지 센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 해남완도진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홈페이지

   
법무부에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해마다 4천5백만 원을 범피센터에 지원하고, 각 지자체에서도 3천~4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받는 보조금만 총 1억4천5백만 원이다.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별관 2층에 있는 해남완도진도 범피센터에는 사무처장과 상담실장 등 2명이 상근하고 있다. 이밖에도 해남·완도·진도 지회에서 70여 명의 위원들이 회비를 내며 상담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범피센터는 ‘타인이 일으킨 범죄 피해를 입은 범죄피해자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서 조속히 벗어나 피해 이전의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범죄발생 직후부터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힐링캠프가 아닌, 연 1회 정기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남완도진도 범피센터의 힐링캠프는 2017년 법무부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제보자는 “이 센터의 사업목표에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이 제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이사직을 맡고 있는 박모씨의 무분별한 범죄 피해자 신상공개 행위 그리고 센터 상근자의 태만과 불친절은 범피센터 존립 가치와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취재를 시작으로 페이스북에서 범죄피해자들의 사진은 지워졌지만, “무슨 불만 있으세요?”하고 취재기자에게 불만을 나타낸 이들에게는 대오각성이 필요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박모씨, 범피센터 단체 사칭해 비판받기도 
범피센터, “박씨에게 자중하도록 경고하겠다”

한편, 범피센터 이사인 박모씨는 진도 지역에서 특정 단체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사)범죄피해자센터 진도군지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해 최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법무부 법령인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5장 범죄피해자 보호 지원사업의 지원 및 감독 제37조(등록법인 오인 표시의 금지)에 ‘누구든지 등록법인이 아니면서 등록법인으로 표시하거나 등록법인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단체 사칭은 명백한 범죄행위인 것이다.

범피센터 사무처장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사)범죄피해자센터 진도군지부라는 단체는 없다. 명확하게 (사)해남완도진도 범죄피해지원센터라고 써야 한다. 지부를 두는 것으로 내규에 정하기는 했지만, 독립된 단체 아니고 우리 지역에서 사단법인은 오로지 한 곳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박모씨는 진도군 20개 사회단체 연대 캠페인, 진도발전추진위원회 창립식 등에서 ‘(사)범죄피해자센터 진도군지부장’이라는 단체명과 직함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박모씨는 진도발전추진위원회에서 간부를 맡고 있다. 이 단체 창립 당시 단체 사칭이 문제가 되자 범피센터에서는 “박씨에게 자중하도록 경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 20일 창립식을 연 진도발전추진위원회는 석탄재 찬성 선언과 동시에 석탄재 반대대책위 해산을 요구했다. 이들은 창립식에서 학교 교사가 석탄재 반대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진도실업고등학교에 지원되는 인재육성기금 지원 중단 요구안을 논의하기도 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창립식과 결의대회에서 27개 사회단체, 16개 언론사가 참여했다고 밝혔으나 참여 단체 명단 공개를 요구받자 ‘위원’ 개별적인 참여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언론사 대부분도 지역 주재기자 신분일 뿐이었다. 

팽목항 석탄재폐기물 매립 저지 진도군대책위에서는 지난 8월 26일 진도경찰서에 진도발전추진위원회 집행부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사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고발했고, 현재 이 사건은 수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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