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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07월23일 16시05분 ]
 
담당 자문 변호사, "그런 이야기 처음 듣는다"며 당황


진도군이 석탄재 관련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자료를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7월 19일, 이 사건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지산 담당 변호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소송에서는 ‘민원’만으로 설계를 변경한 것이 타당한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담당 변호사는 ‘입찰안내서’나 ‘계약특수조건’ 내용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면서 “만약 재판에서 이 자료가 제출되었다면, 업체 측의 입장을 반영한 화해권고나 강제조정은 애초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찰안내서’는 당시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에서 공고한 ‘2016년도 매립석탄재 재활용 해상반출 용역’ 입찰 공고에 포함된 서류이고, ‘계약특수조건’은 발전소 측과 폐기물처리업체(삼궁산업, 대호개발 등)가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체결한 계약 내용이다. 

당시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입찰유의서’ 제3조(입찰에 부치는 사항) 7항에는 ‘계약상대자는 운송관련 반출장소 및 재활용처에서 민원발생이 없도록 사전 대책을 강구 후 입찰에 참여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가 본지에 공개한 2016년 당시 입찰안내서 - 입찰유의서 제3조


또한 계약특수조건 제11조 1항에는 ‘본 계약 이행 중에 관계법규 위반 및 민원발생시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은 계약상대자에게 있다.’고 나와 있고, 제15조(불가항력) 2항에는 ‘계약당사자는 불가항력의 사유로 계약상대자가 입은 손실, 손해 또는 이행지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나와 있다. 또 4항에서는 ‘기타 민원과 승인기관의 인허가 취소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의 불가항력 해당여부는 공급자의 판단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폐기물인 석탄재를 대량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처리 장소가 되는 팽목항 인근 주민 또는 진도군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민원 발생시, 모든 책임이 화력발전소가 아닌 계약상대자 즉, 삼궁산업과 대호개발에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재를 반출하면서 계약을 맺은 폐기물처리업체에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그 지원금에는 일반적으로 선별, 운송, 하역, 처리뿐만 아니라 민원해결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당시 하동화력발전소에서 폐기물처리업체에 지급하기로 계약한 단가는 톤당 16,000원 정도로 석탄재 50만 톤으로 계산했을 때 80억 원을 폐기물처리업체가 받게 될 예정이었다. 발전소 측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지원해 주면서 민원발생으로 인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폐기물처리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 계약특수조건 제11조


▲ 계약특수조건 제15조


2016년 10월 24일, 팽목항에 석탄재를 가득 실은 바지선이 도착했지만 주민 반발로 하역을 하지 못했다. 진도군은 3일만에 구두로 회항 지시를 했으나 폐기물업체 측에서는 지시를 거부하고 대기했다. 그러다 11월 4일 진도군이 공문을 통해 재차 회항지시를 하자 11월 7일 하동화력발전소로 회항해 석탄재를 하역했다. 

진도군은 12월 5일, ‘민원발생’을 이유로 석탄재 반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시공사에 보냈다. 12월 8일, 토취장 대상지를 조사하고 내부적으로 임회 연동에 있는 해정개발 석산에서 토사 50만 톤을 가져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12월 12일, 진도군은 ‘진도항 배후지 조성사업 일시정지 및 순성토재 변경 결정‘ 공문을 시공사에 보냄으로써 석탄재 반입을 최종적으로 취소했다. 


진도군, 선제적 민원해결 조항 알고도 묵인 의혹

이에 앞서 12월 10일, 진도군은 내부적으로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순성토재 변경 계획(안)’을 세웠다. 그 문건에 ‘순성토재 변경시 나타날 문제점’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폐기물업체 손해배상소송 제기 예상’이라는 항목에 ‘계약특수조건 제15조’가 등장한다. 이 조항의 ‘민원발생에 따른 추진불가’에 따라 계약보증금(7억)은 진도군이 폐기물처리업체에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체 판단했던 것이다. ‘민원’이 발생하면 원천적으로 석탄재 반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도군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반면 진도군은 업체 측에서 주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비손해금 5억 원(선별운반 1억8천3백만 원, 하역 준비 1억3천7백만 원, 회항 1억8천1백만 원)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일부 지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 진도군이 2016년 12월 10일 작성한 '순성토재 변경 계획(안)' - 이 문건에 계약특수조건 제15조가 등장하고, 업체측에서 12억원을 손해배상 청구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 측에서 폐기물처리업체에 지급하는 지원금에 전체 작업공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진도군에서 배상해야 할 실비손해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진도군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재판과정에서 사건의 판결 근거가 되는 ‘선제적 민원해결’에 대한 자료를 자문 변호사에 제공하지 않았고, 1심 소송과 달리 2심 재판에서 화해권고에서 강제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반박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사건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법무법인 지산에서는 2018년 8월 29일, 광주고등법원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난 다음 이의신청을 하면서도 추가 의견이나 반박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12월 10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이 나자 진도군에 의견서를 보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에 대한 의견서

(생략)

4. 진도군에서는 소송진행과정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된 사정이 상당한 설계변경사유에 해당하고 설계변경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검토·심사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심에서 상당한 심리가 진행됨에 따라 재판부는 위 제3항과 같은 심증형성과 판단을 하면서 1차(2018. 8. 29.)화해권고결정, 2차(2018. 12. 10.)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대하여 진도군이 더 이상의 반박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패소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진도군은 성토재는 석탄재로 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항소심까지의 소송비용과 원고들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의 발생이 우려됩니다. 그리고 이번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은 이 전의 화해권고 결정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조건’을 추가하여 진도군에 훨씬 유리한 결정이므로 이를 수용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사료됩니다.

 
대책위, "셀프 강제조정은 진도군수의 배임" 고발 추진
이처럼 법무법인 지산이 진도군에 보낸 의견서에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대하여 진도군이 더 이상의 반박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패소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며’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담당 변호사도 진도군에서 이의신청이 아닌 강제조정을 요청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박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1심까지 변호를 맡았던 담당 변호사도 화해권고 이후에 진도군과 협의하면서 조정이 아닌 강제조정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면서 “담당 변호사는 강제조정으로 가려면 민원 당사자인 대책위 주민들에 대한 의견 청취도 필요하다고 했다는데, 진도군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항소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석탄재 추진 단계에서부터 강제조정까지, 그리고 2019년 7월 23일 현재까지 진도군은 대책위와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2016년 10월에도 ‘민원발생’ 이유로 진도항 배후지로 들어오지 못한 석탄재가 2019년에도 똑같은 이유로 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진도군의 묻지 마 막가파 행정은 천길 절벽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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