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은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9일까지 7개 읍·면을 순회하면서 군민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군민과 격의 없는 소통행정을 펼쳤다고 밝혔다.
해마다 열리는 군수와의 대화는 군정 계획 발표와 읍・면별 주요사업 보고,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듣는 순서로 이어진다. 지역에 따라 인재육성기금 전달식과 감사패 전달과 같은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진도군은 올해 군수와의 대화에서 182건의 건의사항이 접수되었고, 이렇게 접수된 안건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두고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군수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주민들 가운데는 행사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진솔한 대화의 장이라기보다 틀에 짜맞춰진 행사라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동안 군수 인사말과 내빈 소개 등 절차와 군정홍보, 읍・면 주요 사업 보고만으로도 30~40분이 소요된다. 주민들의 건의사항도 대부분 가로등, 배수로, 진입로 공사 등 개인적인 민원들이 많아 토론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리 준비된 질문, 답변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주민이 건의를 하면 관련 직원이 '확인하고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하고, 다음 건의자로 넘어가는 게 전부다. 그러한 사안들은 평소에도 개인이나 이장을 통해 얼마든지 면사무소나 관련 실과에 전달 가능한 것들이다. 공식적으로 시행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있다.
군수와의 대화에 참석하는 인원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진도군과 읍・면 공무원들, 군의원, 언론인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히 인근의 마을경로당 노인들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어느 면의 경우, 행사 시작 전까지 빈자리가 많자 급히 인근마을 이장에게 경로당 노인 동원을 요청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으로 힘겹게 올라오는 허리 굽은 할머니들은 마치 영문 모른 채 끌려나온 포로처럼 보였다.
이처럼 동원을 통해 이뤄지는 행사에서 어떤 토론이 이뤄지겠는가? 참석한 주민들이나 공무원들 모두 빨리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텐데 말이다.
이 행사에 두 차례 참석한 적이 있다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마을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대화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를 따져묻고 대책을 요구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미해결 상태에 있다”면서 “군수에게 절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차라리 면사무소에 건의했다면 바로 처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군수와 논쟁을 벌인 일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진정 군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군수라면 평소에 발품을 팔아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귀를 열어야 한다. 대화에 관계없이 동원된 사람들과 실・과・소장 등 공무원들이 참석자의 절반이 넘는 자리에서 어느 누가 용감하게 입을 열까? 군정 홍보용 행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군수와의 대화’는 진정한 소통 행정을 위해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관습적으로 이뤄지는 '동원'은 존중받아야 할 인간에 대한 멸시를 넘어 학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