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는 쉽다. 특별한 장르가 아니다. 가로로 눕혀놓은 북을 양손에 든 북채로 두드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중음악과 몸짓이 접목되면 ‘퓨전난타’가 된다. 가요에서는 4박자 장단으로 흥을 내고 민요풍에서는 전통가락으로 풀어낸다. 조금만 배우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재미있는 연주를 할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투박한 난타가 뒤늦게 진도에 들어와서 오랜 기다림 끝에 응어리진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 북꽃을 피우고 있다.
2017년 농어촌희망재단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으로 진도문화예술연구회의 <모태부러 진도난타>가 선정되어 강사비와 재료비 등 21,000,000원을 지원받게 된다.
난타 프로그램은 임회면 십일시에 있는 ‘임회문화센터(십일시마을도서관)’에서 진행되며, 월요일(초급)?수요일(중급)?금요일(고급) 등 세 반을 운영한다.
‘난타’는 2016년에도 진도문화원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농어촌희망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도문화예술연구회에서 진행했다.
작년에는 난타뿐만 아니라 북콘서트, 소리학당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진도어린이를 위한 북콘서트는 우리 지역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학교 연계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없었던 유명 작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진도소리를 배우는 소리학당은 어린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우리 소리의 흥으로 시끌벅적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연말 성과 평가를 통해 연속 지원 단체에서 탈락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공동체 구성원 중심으로 중복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해 평가에서 감점을 받지 않았나 싶다.
난타의 경우, 지역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사업을 종료한 11월말경에 2017년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기존 회원들을 포함해 65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다. 연속지원단체에서 탈락하면서 기존 프로그램에서 기초과정을 배웠던 분들도 공중에 뜬 상황이 되었다. 자칫하면 모처럼 시골에서 폭풍처럼 불어 닥친 ‘난타 붐’이 순식간에 꺾일 처지였다.
하지만 재단에서 연속지원에서 탈락한 단체에도 신규로 재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다시 사업설명회에 참여하고 지원신청서를 쓰게 되었다. 신규 지원신청서에서는 연속지원 단체에서 탈락한 원인을 분석하고, ‘공동체’ 부분을 강화하는 등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난타’라는 동일 프로그램을 초/중/고급반 세 공동체로 나눈 이유는 공간 대비 인원수가 많고, 작년에 배웠던 여성들이 초급과 중급반에 섞이기에는 기량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중급은 작년에 배웠지만 기량이 고급반에 뒤쳐지거나 북놀이 등을 한 번이라도 배워보았던 분들로 구성했다.
진도 지역은 섬이면서 농촌이기 때문인지 사회 문화적인 유행이 10~15년 정도 늦게 찾아오는 편이다. 난타도 인근 목포나 해남에서 인기를 끈 건 10여 년이 훨씬 넘었으나, 진도는 작년 문화재단의 사업 지원을 받으면서 난타가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면 단위에서 30~50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난타’가 가져다주는 충격과 기대감은 누구에게나 상상 이상이었다.
고령화된 농촌 지역에서 ‘노인 문화?복지 프로그램’은 다양하고 예산도 많다. 그러나 청년과 중년세대가 누릴 수 있는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은 적어도 우리 면에서만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가져다주는 희망의 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진도문화예술연구회원들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역 여성들의 열정은 날마다 희망을 두드리고 있다.
<“북꽃으로 피어나 진도북춤을 추다” >
진도문화예술연구회에서는 난타를 통해 북 두드림의 신명을 체험한 회원들과 함께 진도 전통문화 전승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임회여성농악’이다.
임회여성농악보존회는 1971년 창립한 후, 지역 문화행사?축제는 물론 전국단위 문화제에 참여해 진도의 민속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으며, 진도지역의 민속문화가 국가지정문화재와 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진도 무형문화재의 인적 자원이 된 여성농악 회원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도권 지원에서 배척되기도 했으며, 여성농악이 아닌 다른 장르의 보존회 등에 섞여 지역의 축제와 행사에 참여해 왔다.
세월이 흘러 돌아가시거나 지역을 떠난 회원들로 인해 회원수가 줄어들었고, 과거처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없다. 하지만 보존회원들은 흩어지지 않고 지금도 모임을 열어 농악과 북놀이, 판소리, 민요 등을 자체 시연하며 즐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작년에 추진한 ‘난타’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이 진도북놀이와 농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여성성’이라는 공감대 형성과 세대간 연합을 통한 문화공동체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임회면에는 국립남도국악원과 진도국악고등학교가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다른 면에 비해 민속문화예술이 가장 침체되어 있다. 임회여성농악이 문화재 장르에 밀려 쇠퇴하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뿌리가 사라지면 줄기와 가지가 살아남을 수 없고, 결실도 맺을 수 없다. 씨앗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전통문화 번영과 존속을 위해서, 어렵게 찾아온 문화예술 르네상스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임회문화센터(십일시마을도서관)’와 임회민속전수관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 힘과 자원들을 보다 큰 가치로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진도민속의 바탕인 농악가락과 판굿 연희, 판소리, 민요 등이 임회여성농악에 아직 원형으로 담겨 있고, 그 맛과 멋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무딘 호미와 같은 손을 내밀고 있기에 기획자로서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임회여성농악이 <진도여성농악>으로 움트는 것! 난타의 두드림이 희망으로 피어나는 순간이 아닐까싶다.핵심 키워드는 ‘연대와 복원’이다. 정신은 살아있되 몸이 쇠약해진 임회여성농악에 문화센터 형식의 전승 프로그램을 처방해 전통과 현대, 구세대와 신세대의 간극을 극복하고 여성농악두레로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난타에 모태고 있는 모든 여성들, 그리고 진도의 민속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여성들이 진도여성농악을 통해 북꽃을 피워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문은 두드림을 기억하고, 두드림은 세상을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