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망징(亡徵)’편은 글자 뜻 그대로,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말하고 있다.
한비자는 여기에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징후로 볼 수 있는 47가지 사례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망징’에는 왕(지도자)개인의 능력이나 성격에 관한문제로 야기되는 경우가 15개 항목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내정의 실패로 인한 경우가 10개 항목, 왕위 계승 문제 등 친인척으로 인한 경우가 9개 항목, 신하, 학자 등 측근으로 부터 야기 되는 경우가 7개 항목이고 군사 및 외교의 실패 등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6개 항목 순이다.
요약하면 결국에는 모든 문제는 지도자의 역량이나 성격으로 인해 국가의 흥망이 결정되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오늘날의 세상은 옛날과는 다르다. 시대가 바뀌었고 통치 시스템도 바뀌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다.
따라서 한비자가 말하는 나라가 망할 징조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눈에 띄는 대목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볍게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고, 나라 안의 정치는 황폐하게 만들고 나라 밖의 외교와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많은 벼슬아치들의 말을 증거로 참고하여 알아보지도 않고 오직 한 사람만을 밖으로 내보내 정보를 얻는 창구로 삼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 나라의 관직이 몇 사람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고, 벼슬과 봉록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탐욕스러워 만족하지 못하고, 이익만을 가까이하고 좋아한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처자식과 재산은 나라 밖에 두며, 위로는 임금의 모사(謀事)와 계략(計略)에 참여하고 아래로는 백성 다스리는 일에 관계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백성들은 재상(宰相)을 믿지 않고, 신하들은 임금에게 충성심을 갖고 있지 않는데도, 임금이 총애하고 신뢰해 내쫓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
▲임금이 나라 안의 뛰어난 선비를 중용(重用)하지 않고 나라 밖의 사람에게 관직와 봉토(封土)를 주며, 공로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명성만을 좇아 진퇴를 결정하며,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 사람만을 믿고 그 지위를 높게 하여 나라 안의 신하들보다 귀하게 만들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나라는 혼란스러운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며, 나라의 재력(財力)은 살펴보지도 않고 이웃의 적을 가볍게 여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겁이 많아 자기 신념대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지레짐작은 재빨리 하면서도 마음이 유약하여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젊은 시녀(侍女)나 아름다운 후궁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총애하는 신하나 농간(弄奸)하는 측근의 지모(智謀)를 써서, 조정 안팎의 원망과 슬픔이 가득한데도,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거듭 불법(不法)을 저지르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조그마한 술수로 법을 어긋나게 만들고, 사사로운 일로 공사(公事)를 그르치게 하며, 법률과 금령을 쉽게 바꾸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명령을 내려 백성들이 어느 쪽을 따라야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자신의 분노를 가슴에만 담고 있고 형벌을 내려야 할 때에도 죄목을 들출 뿐 처벌을 하지 않으면, 신하들은 겉으로 아무 말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임금을 미워하고 나라를 걱정하게 된다. 또한 죄가 있는 신하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게 되므로 그 나라는 망한다.
▲ 임금이 말과 논리에 능숙한 반면 이치에는 어긋나고, 마음은 지혜롭지만 술수(術數)에 익숙하지 않고, 다재다능한 반면 법도(法度)에 따라 일을 다루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새로 조정에 나온 신하가 높은 자리에 오른 반면 옛 신하들은 밀려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나랏일에 중용(重用)되는 반면 어진 선비는 드러나지 않고, 공적이 없는 사람은 귀하게 되는 반면 고생해 공로를 세운 사람은 천한 대우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고관대작(高官大爵)을 원망하게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원망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진도군의 경우 이동진군수 취임 후 인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측근이라 불리는 특정인의 땅을 특혜성 매입한 의혹이 감사 결과 드러나 많은 군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투자유치를 통해 잘사는 진도군을 만들면 인구는 자연히 늘어난다는 장담을 하며 군수직을 수행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으나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십,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짖는 건물마다 카페가 들어서는 현상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가 만사다.
한비자는 “세력가의 천거(薦居)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국가에 대한 공헌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직시하고 있다.
또 “나라의 관직이 몇 사람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고, 벼슬과 봉록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하였다.
또한 맹자 이루 상편에서 맹자는 “윗사람이 도(道)와 규정이 없으며, 아랫사람이 법을 지킴이 없으며, 조정에서 도를 믿지 아니하며, 공인이 규정을 지키지 아니하며, 군자는 의를 범하고, 소인은 형벌을 범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요행이니라.” 고 하였다.
최근 특정인 토지 매입을 담당했던 공무원은 감사원 감사 시 “토지소유자 중 이모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동진군수와는 같은 전주 이씨 집안이고 친분이 돈독한 사이이며, 조모씨는 이동진군수와는 절친한 친구이며 2010년 지방선거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진도군은 명량대첩 승전광장 조성공사 진입로 편입 토지 중의 하나의 경우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가액이 낮다는 사유로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자 4차례에 걸쳐 협의를 촉구한 후 2013년 2월 19일 전라남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여 보상을 완료했다.
반면, 군수와 친분이 있는 특정인의 토지에 대해서는 군수 결재를 통해 토지구입 방침을 정한 후 토지조서 등의 작성, 보상계획의 공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금액이 낮다는 사유로 매각을 거부하자 보상 협의절차를 이행하거나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 나서 위 토지를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주기 위해 당초 감정평가 시점으로 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하여 이를 매입해 주었다.
맹자의 말처럼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요행이다.
2천년을 살아남은 명문, 한비자의 ‘망징’편이 진도군의 행정에 대비되는 것 그 자체가 군민들로서는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