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들썩였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를 기억하는가? 두 곡 모두 독특한 가사와 어깨가 절로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신명나는 리듬으로 큰 인기를 얻은 곡들이다. 그런데 뮤직채널은 오늘, 이 독특한 곡들을 부른 아티스트들이 아닌, 이 곡들을 탄생하게 해준 음악 레이블의 대표를 만나보고자 한다. 대체 어떤 레이블이 이런 음악을 만들며,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걸까? 뮤직채널이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Q. 뮤직채널 독자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및 레이블 소개 좀 부탁드려요
A_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한 음악 레이블 '붕가붕가'의 대표 고건혁입니다.
붕가붕가는 2007년, 제가 대학을 다니던 도중에 같이 다니고 있던 선후배들과 같이 주위의 음악을 널리 알려 보고자 설립한 회사입니다. 사실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 음악을 유통해 보자' 는 생각에서 직접 손으로 음악을 굽고, 포장을 하는 등 별 큰 의미 없게 활동하다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2008년 수동업으로 만든 작품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500장 정도 팔릴거란 예상을 뚫고 12000장 정도 팔리며 대히트를 쳤었죠. 2009년에 나온 정규 1집은 6만장 정도 팔렸고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10만장 정도인데 한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요 (웃음) 그때 성공을 통해서 기반을 잡았고, 현재는 약 10팀의 아티스트들과 일하는 중이에요. 또, 저희 레이블은 최근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라는 팀이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비롯해서 세계 여러 페스티벌에 초대를 받으면서 세계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습니다.
Q. 서울대 심리학과 출신이신데 음악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A_ 저는 사람의 취향이 10대때 형성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감수성이 한창 민감할 나이인 10대 중반 때가 90년대 중반 이였는데 그때가 음악 시장에서 가장 독특한 시기였어요. 세계적으로는 얼터니티브록의 곡들이 우위를 차지했었고 우리나라도 얼터니티브록과 펑크음악들에게서 색을 받다가 그 무렵 한국에 처음으로 인디음악이 등장했었거든요. 그때 당시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의 밴드가 차츰 등장했었는데 저는 이 두 밴드를 제일 좋아했어요 (웃음)
제가 제주도 출신인데 사실 그때 당시도 인디음악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 아티스트들이 수시로 제주도에까지 내려와 공연을 했었어요. 제가10대 중반이였을 때가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막 데뷔를 한 시점이였고, 한번은 두 밴드가 제주도에 내려와 합동 공연을 했었는데 그때 본 공연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이전까지는 그런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아 난 이런 음악을 좋아해' 라고만 생각하다 공연을 보고 나서는 '아 나는 이런 음악을 해봐야겠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죠.
당시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학교 밴드가 없어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음악을 하다 보니 제가 어느새 밴드에서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공연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된 진짜 앨범을 듣는걸 더 좋아하는 편이고 공연장에서는 사실 사람들과 부대끼는걸 싫어해서...(웃음) 그래서 기획을 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적극적이진 못하죠 (웃음)
Q. 레이블은 어떻게 처음 시작하셨나요?
A_ 하루는 학교 선배가 "홍대에도 홍대 중심의 씬(scene)이 있듯이 우리도 우리 나름의 학교 중심의 씬을 만들어 보자" 고 하면서, 학교에서 창작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음악을 모은 앨범을 제작해 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유통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앨범을 제작하고 그 선배는 졸업하게 되었는데, 2집, 3집을 만들면서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그 후에도 뮤지션 섭외, 앨범 녹음 등 제작과 홍보 등의 일을 했는데 그 도중에 장기하와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등을 만났죠.
일을 하다 보니 졸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해서 일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회사가 필요하겠다' 는 결론이 나왔었어요.
애초에 회사를 만들 때는 동아리 같은 느낌 이였는데 지금은 문화를 가지고 벤처를 만든 느낌이죠 (웃음)
Q. 같이 일하시는 팀들 중에 아 이 팀은 내년에 잘 되겠다 생각되는 팀이 있다면?
A_ 음... 일단 ‘술탄 오브 더 디스코’요. 작년에 1집이 되게 잘 나오기도 했고, 작년에 이어서 올해 상향성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데다, 내년에 2집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술탄이 회사에서 가장 확실한 에이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올해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상반기에 천상병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서 앨범을 냈었는데 앨범을 낸 날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날 이였어요. 그래서 앨범이 상업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었는데 워낙 잘 나온 앨범이라 서서히 반응을 얻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내년까지 그런 인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또, 오는 10월 30일에 4집 앨범을 발매하는 눈뜨고코베인도 기대가 돼요. 사실 선배가 리드했던 밴드라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밴드에요 (웃음) 그리고 내년엔 이미 제법 활동하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들과 곡 작업이 좀 있을 예정이에요.
Q. 대중음악 시장에 인디 가수들이 점점 진입하고 있습니다. 향후 영역이 더 확장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오히려 축소될 생각하시나요?
A_ 사실 좀 축소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장기하와 얼굴들로 시작해서 10cm까지 매년 스타들이 배출되다가 그 이후 (직접적으로는) 슈퍼스타K 등으로 그 흐름이 끊긴 것 같아요. 기존의 대중음악 대안으로서 인디음악이 주목을 받았었는데 대중음악과는 다르면서 좀 더 대중성이 있는 버스커버스커, 악동 뮤지션 등의 아티스트들이 오디션을 통해 배출되면서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정의하고 있던 인디의 모습과는 다르게 시장보다는 미디어 측면으로 많이 쏠리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인디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들은 계속 줄어들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인디음악 점유율만 봐도 상당 부분은 그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10년 전에 비교해 보면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했고, 또, 이런 성장세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뭐 획기적인 변화가 매년 색출할거라는 건 아니고요.
지금 인디음악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슈퍼스타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전 세계 록씬에서도 마찬가지니까요.. 독점적인 스타가 나타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소소하게 성장한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계속해서 점점 커지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어요.
또 요즘 케이팝을 통해 세계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실제로 세계시장에선 팝 음악보다 록 음악이 점유율이 더 크기 때문에 그게 계기가 되어 해외 시장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디음악의 아주 좋은 시절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기서 더 성장해 나가느냐는 씬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달려있죠. 음악시장 위기와 같이 위기도 많은 반면에 해외시장의 관심 등의 기회도 많으니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Q. 2009년에 책을 내셨는데, 내년10주년을 맞아 다른 책을 낼 계획은 없으신가요?
A_ 없어요. 그때 이후로 그다지 업데이트 된 것도 없고 (웃음)
그때 사실 책을 쓴 게 많은 일들의 계기가 되어 주었어요. 당시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접어들어가면서 저희에게 큰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 이전 시기를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숫자만 10이지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여서요..
굳이 따지자면 프로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게 2009년이기 때문에 2018, 2019년쯤이 되어야 진짜 10주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 10주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어요.
사실 올해 초에 레이블 아티스트들과 모여 낸 컴필레이션 앨범(여러 가수들의 노래들이 수록된 앨범)을 10주년 계획과 맞춰 갈 생각이였는데, 내부에서 "10주년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걸 내자" 라는 의견이 나와서 그냥 10주년 쇼나 한번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10년동안 진득하게 함께 해 온 아티스트도 없어서.. (웃음)
Q. 음악을 좋아하는, 그리고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A_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의 음악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런면에 있어서 "하는 게 안하는 것 보단 낫다", 그렇지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될거란 생각은 하지 마라" 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자기 꿈에 너무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게 좋다는 걸 다들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가볍게 무언가를 하다 보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데 너무 자신의 꿈에 무게를 두고 '모든 것을 바치겠다' 는 심정으로 시작하다 보면, 그 무게에 눌려서 결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사실 저희도 처음엔 가볍게 '하나라도 얻어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었고요 (웃음) 하다 얻어 걸리는 게 없으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거죠. 뭐 어때요. 그래도 뭐 하나라도 해보는 게 아예 포기하는 것 보단 낫죠. 그런데 어디까지나 적은 비중을 두고 도전하셨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시작하고 2년차가 제일 고비인 거 같아요. 1년차에는 찬찬히 돌아보고, 한 사이클을 더 돌면 '아 이젠 또 어떻게 하지.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고 고민에 빠지는 시기가 생겨요. 못해도 3년을 해보라는 건 아니고 중간에 하다 보면 빨리 빠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죠. 저도 장담은 못하겠어요 (웃음)
Q. 지금 하는 일이 힘드시진 않은가요?
A_ 저도 사실은 이 일을 하면서 얻은 게 있는 만큼 기회비용을 많이 지불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일을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서울대 출신의 학벌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고 취직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이제는 30대 중반이라 이 학벌을 가지고도 취직하기가 애매하고, 나름 리더로 이름이 알려져 체면도 좀 생겼고.. 이제 보니 같은 학교를 나온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연봉 격차가 어마 어마 하더라고요. 상대적 박탈감도 좀 들고 (웃음)
그러다 보니 솔직히 지금은 많은 시간이 즐겁지 않아요. 일 자체가 많이 힘들기도 하고.. 작년에 결혼해서 와이프가 용돈을 주고 있기에 망정이죠 (웃음)
뮤직채널이 만난 고건혁 대표는 10여년의 음악 레이블 운영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이나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였다. 솔직하게 요즘은 일이 힘들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일할 때의 냉철함, 카리스마적인 면모와 달리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진심으로 인디시장을 걱정하고 청춘들에게 섣불리 도전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는, 어쩌면 지나친 아이돌 문화로 얼룩진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올곧은 길을 고집하는 음악적 세계의 큰형, 큰오빠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할 그와 그의 레이블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